티스토리 뷰
원통형 관 안에 딱 맞는 크기의 용기를 압축 공기로 발사하여 내용물을 목적지까지 보내는 장치. 관들은 대부분 지하 1미터 정도 아래에 매립되었고 용기는 진공 속에서 이동하기 때문에 폭발적인 속도 - 약 시속 50 킬로미터 - 에 도달한다. 용기는 마찰력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매우 안전하게 전송되며 외부로부터 완벽히 차단되기 때문에 절도의 위험으로부터도 벗어난다. 19세기 말에 뉴욕에서 우편물 등의 단거리 운반용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한 때 하루 95,000 개의 우편물이 공기수송관을 통해 보내졌는데, 이는 뉴욕에서 전송되던 총 우편물의 30 퍼센트에 이른다. 그 외에도 병원이나 은행 또는 백화점에서 주로 쓰였는데 이는 지금도 유효한 경우가 많이 있다. 대규모 공기수송관 네트워크가 미래의 정보망을 구축할 것이라는 당대의 기대와는 달리 각종 정보 통신 기술 - 전신, 전화 그리고 인터넷 - 의 등장으로 크게 발전하지 못하였다. 그 후 증기기관 장치들이 다양한 스팀펑크 매체에서 등장했듯이 공기수송관도 유사한 운명을 걸었는데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서 등장하는 기억 구멍 (Memory Hole)이라는 장치를 대표적인 예로 들 수 있다. 주인공인 윈스턴은 이 장치를 민감한 비밀 문서들을 파기하는 용도로 쓴다.
+
애니메이션 <젯슨 가족>에도 나온다.
+
호레이스 월러스 코넬리의 자서전 <뉴욕 우체국에서의 56년>을 읽어보면 공기수송관이 최초로 보낸 내용물들을 묘사하는 대목이 나온다.
1897년 10월 7일, 중앙 우체국에 공기수송관이 설치되었을 때 감독관들은 기념 행사가 끝나고 특별한 체험을 하게 되었다. 관들을 향해 거칠고 급조된 모습의 계단 - 마치 서커스장에서 볼 듯한 - 이 세워졌다. 기념 행사의 총감독은 천시 M. 데퓨 상원의원이었다. 관객들은 약 백명이 넘는 친구들과 우체국 직원들이었다. 첫번째 용기에는 커다란 인공 복숭아 하나만 들어있었다. 관중은 폭소를 터뜨렸고 이는 상원의원도 마찬가지였다. 상원의원이 연사로 나왔던 정치 행사에 참가했었던 한 바우어리 주민은 쇼를 망치려 했다기 보다는 상원의원을 가볍게 놀려줄 심산으로 천시, 넌 복숭아다! 라고 큰 목소리로 외쳤다. 이것이 폭소의 이유다. 두번째 내용물은 고양이었다. 도대체 무슨 수로 그 고양이가 물산 거래소 건물의 P 기지국에서 출발해 여러 번의 방향 전환을 거쳐 브로드웨이와 파크 로우에 이르는 동안 그 엄청난 속도를 견뎌냈는지, 나는 이해할 수 없지만, 어쨌든 견뎌냈다. 녀석은 1, 2분 동안 정신을 못 차리더니 곧 이리저리 뛰기 시작했고 직원들은 이를 붙잡아 마침 준비해놓았던 바구니에 담아놓았다. 세번째 내용물은 한벌의 양복이었고 그 후 편지와 신문, 그리고 그 외의 우편물들이 도착했다.
공기수송관으로 동물이 전송된 것은 이 때가 마지막은 아니었다. 병에 걸린 동물들을 동물 병원에 보내기 위해 사람들은 공기수송관을 자주 사용했다. 고양이 뿐만 아니라 개, 금붕어, 닭, 기니피그, 원숭이 등 다양했다.
+
2005년에 캘리포니아 고속 열차 사업 - 익스프레스 웨스트 - 이 대중에 공개되었을 때 엘론 머스크는 느리고 비싸기만 한 교통 수단이라며 이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그가 대안으로 제시한 프로젝트인 하이퍼루프 (Hyperloop)는 말하자면 공기수송관의 확대판이라고 볼 수 있는데 완전히 밀폐된 진공관 속을 열차가 초고속으로 이동하는 새로운 개념의 교통 수단으로, 최고 속도가 시속 1,300 킬로미터에 이를 수 있다고 한다. 하이퍼루프는 선형 유도 모터 (Linear Motor)를 사용해 가속하는데, 이는 태양광을 사용한 자가 발전 시스템을 통하여 전력을 공급 받기 때문에 친환경인 것은 물론이고 전기료 부담도 크게 줄일 수 있다. 또한 열차는 공기 베어링을 형성해 띄우는데 이는 마찰력을 감소시킨다. 효율적인 운행과 탁월한 승차감을 기대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
한가지 짚고 넘어가자면 하이퍼루프는 그 자체로 새로운 아이디어가 아니다. 19세기 엔지니어들은 이미 공기수송관 열차 (Atmospheric Railway)에 대한 개발을 시도했었다. 예컨대 알프레드 엘리 비치는 뉴욕 최초의 지하철인 비치 공기수송 시스템 (Beach Pneumatic Transit)을 고안하여 과학 잡지인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에 게재했었다. 또 L. K. 에드워드는 샌프란시스코 바트와 연계해서 운행할 수 있는 베이 에어리어 중력-진공 시스템을 제안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시도들은 대부분 상용화가 되기 전에 좌절되었고 공기수송관 열차는 증기기관 열차가 등장하면서 점차 시장에서 밀리게 되었다. 20세기 후반에 이는 부활하여 몇몇 지역에서 소규모로 운영되고 있다.
+
본 블로그는 공기수송관의 개념을 느슨한 메타포로 적용한다. 각 포스트들은 개별적인 원통형 관으로 설정, 다른 것들과 연결되기도 하고 단절되기도 한다. 기입된 텍스트와 이미지 또는 비디오는 그 밀폐된 통로들을 오가는 용기의 역활을 하며 해당 주제와의 연관성을 확보한다. 블로그 자체는 거대한 수송관 네트워크를 최종 목표로 삼는데, 밀도 높은 상호연결성을 기반으로 자유로운 확장을 추구한다. 이는 크고 아름다우며 궁극적으로는 아무런 쓸모도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