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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한가운데에 있는 노들섬 위에 오페라하우스를 건축하겠다는 계획으로 현재는 무산되었다. 노들섬의 이름은 백로가 노닐던 징검돌이라는 뜻으로 이를 한자로 바꾸면 용산 건너편의 지역의 이름인 노량진 (鷺梁津)이 된다. 노들섬은 원래 용산 쪽에 붙어있던 백사장이었지만 일제감점기 시절에 이촌동과 노량진을 잇는 두 개의 다리를 이어 인도교를 세우면서 모래언덕이 아닌 인공섬으로 여겨지기 시작했다. 한강을 배가 아닌 다리로 건너는 것이 새로운 경험이었던 만큼 노들섬으로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노들섬은 서울 시민들에게 사랑받는 유원지로 자리잡았다. 여름에는 피서지로, 겨울에는 스케이트장으로 사용되었고 대통령 선거 때는 유세장으로도 큰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그 후 1960년대에 한강 다리와 강변북로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완전히 한강에 둘러싸이게 되었다. 그 외각은 콘크리트 옹벽으로 이루어지게 되었고 한강 개발 계획에 참여한 민간 기업 - 진흥 기업 - 에게 소유권이 넘어갔다. 그리고 노들섬은 한동안 서울 시민들로부터 잊혀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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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서울시가 노들섬을 매입한다.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은 노들섬 문화단지 조성사업을 결정하고 시드니 오페라하우스나 구겐하임 미술관에 버금가는 랜드마크를 짓겠다는 계획을 밝힌다. 한강 예술섬 사업이라는 명칭으로 노들섬 위에 오페라하우스와 심포니홀 등의 공연시설과 미술관이나 전망카페, 그리고 생태노을공원 같은 휴식 공간을 조성하겠다는 것이었다. 이에 따라 약 6,000억 원의 예산이 책정되었고 각종 조례를 제정하는 한편 아이디어 공모에 착수했다. 최종 당선작은 프랑스 건축가 장 누벨의 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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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장 누벨은 과도한 설계비를 요구하면서 문제가 생겼고 결국 두번째 지명설계경기가 실시되었다. 한강 예술섬 사업은 당선자인 DMP 대표 박승홍의 안을 토대로 설계용역을 실시하게 된다. 새로운 오페라하우스의 디자인은 춤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전체 라인을 처마의 선형에 물결 형태로 형상화했다. 태양광 에너지와 고도 정수 시스템을 도입하여 에너지 순환과 수질 오염 방지에 신경을 썼으며 인공 폭포는 한강대교를 지나는 차량들의 소음을 상쇄시킨다. 또한 섬의 양측면에 선착장을 두어 유람선이나 수상 택시 같은 수상교통망도 확충한다. 오페라하우스의 로비 전체 외벽은 유리로 이루어져 한강의 모습을 감상할 수 있도록 하였고 심포니홀은 무빙라이트와 고품질 서라운드 녹음 시스템을 갖추게 된다. 서울시장직이 이명박에서 오세훈으로 넘어가면서 생긴 변화는 공연 시설이 집중된 동측이 아니라 서측에서 발견할 수 있다. 상대적으로 자연친화적으로 조성된 공원과 카페가 있는 휴식 공간이 그것이다. 이는 복합 문화 시설로 한강 예술섬 사업의 방향을 소폭 수정하여 나온 결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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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도 많은 아이디어들이 있었지만 결국 한강 예술섬 사업은 파기되었다. 이유는 복합적이었다. 우선 맹꽁이 서식지를 파괴한다는 환경 단체의 비판이 있었다. 환경부가 지정한 멸종위기종인 맹꽁이들은 사람의 발길이 끊긴 노들섬의 습지에서 자리를 잡고 있었는데, 토목 공사를 진행하면서 이들이 삶의 터전을 잃었다는 주장이었다. 또 다른 문제점은 교통난이었다. 서울에서도 인구밀도가 큰 두 지역을 잇는 노들섬에 랜드마크가 들어설 경우 이를 대비한 교통 대책이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물론 가장 큰 이유는 예산이었다. 이러한 대규모 사업을 추진하기에 앞서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지 못했고 이 점은 오세훈 시장이 정치적인 이유 - 무상급식 주민투표 - 로 시장직에서 물러나게 되면서 더 공론화되었다. 그 후 서울시 부채 감축과 토목 공사 재검토를 공약으로 내세운 박원순이 서울시장이 되면서 한강 예술섬 사업의 운명은 불확실해졌고, 결국 백지화되었다. 노들섬에 농업 공원을 임시로 조성하였고 도심 텃밭을 분양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세운다. 그러나 이 역시 방문객 감소로 이어져 다시 아이디어 공모전을 열게 되었다. 최종 당선작은 밴드 오브 노들 (Band of Nodeul)로 음악을 테마로 한 복합 문화 기지이다. 예산은 한강 예술섬 사업에 비해 크게 줄어들었고 - 490억 원 - 2018년 까지 조성 완료를 목표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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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두번째 지명설계경기에서 채택되지 못한 당선작들이다. 첫번째는 미국 건축가 톰 메인의 안이며 두번째는 공간 건축의 대표 이상림의 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