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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 이후의 영국의 진로에 대해서 의견이 분분하지만, 한국에 관한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것은 의아하다. 잠재적인 모델로 언급되었던 스위스나 노르웨이 또는 캐나다는 영국과 하나도 닮아있지 않기 때문이다.

당신이 영국의 더 나은 미래에 대해서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1988년 서울 올림픽과 싸이의 2013년 케이팝 히트곡 강남스타일로 유명한 이 반도 국가를 연구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거의 모든 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한국은 5,000만 명의 인구와 10만 평방킬로미터의 국토 면적을 가졌는데, 이는 영국의 6,000만 명의 인구와 13만 평방킬로미터의 국토 면적과 크게 다르지 않다.

영국과 마찬가지로 한국은 고도로 도시화되어 있다. 서울은 런던보다도 더 많은 인구수를 가진 메가 시티이며 이 둘은 유럽 대륙의 도시들과 비교를 불허할 정도로 크다. 한국은 또한 영국 정치인들이 강조하는 창조적 "소프트 파워"를 가지고 있다. 싸이로 대변되는 케이팝은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하고 한류 드라마 - 장편 TV 시리즈물 - 는 아시아 대륙 전체에서 사랑받고 있는데 이는 한국에 관한 관심도를 높히는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

하지만 브렉시트 이후 영국에게는 바로 지난 몇년 간의 한국의 경제 상황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1997년 아시아 경제 위기, 9.11 테러 이후 미국 수출 감소,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를 거치면서도 한국은 다른 어떤 나라보다도 빠르게 삶의 질을 향상시켜 뛰어난 경제적 성공을 거뒀다.

결정적으로 한국은 이를 수출 위주의 하이테크 및 기술 기반의 경제를 통하여 이룩했다. 이는 브렉시트 지지자들과 영국 산업 연맹 (CBI) 회원들이 늘 주장하는 것이다. 당신이 이 기사를 전자제품을 통해 읽고 있다면, 그건 삼성 갤럭시일 확률이 높다. 애플의 글로벌 헤게모니에 대항할 수 있는 유일한 회사는 한국에 있다. TV 시장에서의 압도적인 우위와 급성장하고 있는 가상현실 분야 등 한국에게 유리한 면이 많다.

브렉시트 찬성론자들에게 특히 중요한 점은 한국이 이 모든 것을 대형 무역 블록에도 가입하지 않고 자체 천연 자원 부존량이 없음에도 이룩했다는 사실이다.

어떻게 이것이 가능했는가? 첫번째로 교육과 기술에 대한 대규모의 지속적인 투자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두번째는 바로 리암 폭스 조차도 시기할 만한 일련의 양자 무역 협정들을 성공적으로 협상한 것이다.

시발점은 2007년에 체결된 한미 자유 무역 협정 (FTA)다. 일각에서는 영국이 무역 협정 문제로 최소 10년 동안 길고 지루한 논쟁에 휘말리게 될 것이라고 우려하지만 이 협정은 2006년 2월 2일에 최초 발표되었고 14개월 후에 전반적인 협상이 마무리되었다. 그후 중국, 캐나다 그리고 호주와도 유사한 협정들이 체결되었다. 이들 대부분이 2015년 말부터 시행되면서 한국은  세계의 거의 모든 주요 국가와 자유롭게 무역할 수 있게 되었다.

유럽 국가들은 한국과 2009년 10월에 자유 무역 협정을 맺었다. 북미 자유 무역 협정 (NAFTA) 이래로 가장 크고 포괄적이며 진보적인 자유 무역 협정이었다. 나는 유럽 연합 옹호론자고 잔류를 지지했지만 유럽 국가들이 이미 8,000 마일이나 떨어진 한국과도 관계를 지속하는 마당에 보복 차원에서 영국과 맺은 자유 무역 협정을 폐기할 것이라는 주장은 믿기 어렵다.

"한강의 기적" 이라는 이름으로 1950년대의 고속 성장을 이뤄낸 한국이 잔류 지지자들을 어느정도 안심시킨다 치자. 다른 문제들은 어떠한가? 즉 앞으로 영국이 어떤 국가가 되고자 하는지 말이다. 6월 23일 투표 이후 영국에서는 이 지독한 심리적 고립감을 어떻게 해소할지가 큰 화두였다.

한국의 교훈이 난해하게 다가오는 것은 바로 이 대목이다. 한국은 거의 전적으로 이민자 없이, 제국을 이뤄본 경험도 없이 현재의 번영을 달생했다. 최근 통계치로 인구의 98 퍼센트가 본토 출생으로 나오는 한국은 사실상 지구 상에서 가장 강한 민족주의적 단일화를 이룬 국가 중 하나다. 이 때문에 한국에는 인종차별 문제가 종종 UN 등의 국제사회에 거론될만큼 외부인들에 대한 배타적이고 때로는 혐오주의적인 분위기가 형성되어있다. 최근 몇년 까지만 해도 인종차별에 관련된 법은 전무했고 온라인 게시판은 인종차별에 불만을 표하는 유학생들과 외국인 노동자들로 도배되곤 했다.

영국 전역의 수많은 사람들이 밀려오는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하여 큰 불안감을 느꼈다는 것이 이번 브렉시트 투표 결과로 증명되었다. 하지만 영국을 단일 민족 국가로 재건하겠다는 일부 국민들의 희망과는 달리, 영국은 그 시점을 훌쩍 넘어버린 상태다. 한국과는 달리 일부 도시에서는 비(非)백인 인구가 40 퍼센트에 달할 정도로 영국이 다문화 사회가 되어 있는 사실은 아무리 애국심에 호소해도 바꿀 수 없다. 영국 앞에 놓인 과제는 열린 태도를 유지하면서 홀로 서기를 하는 것이다.

어찌 되었든 유럽 연합 잔류-탈퇴 논쟁의 다음 국면에서 한국의 사례는 비관론자들에게 제시하는 썩 괜찮은 반증 아닐까?


한국이 브렉시트 이후 영국의 롤모델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을 하고 있는 크리스천 스퍼리어의 칼럼으로 <가디언>에 게재되었다. 그리고 아래는 댓글들.


+


본문이 간과한 점이라면 영국은 제조업이 약하다는 거야. 한국 같은 나라와 경쟁할 수 있는 수준으로 제조업에 투자하는 건 불가능해.

한국인들은 내가 알기로 다른 어떤 국가들보다 노동 시간이 길고 휴일도 제일 적어. 이런 것도 따라하지 그래?

좋아, 그럼 우리도 미국한테 한국에게 해준 것처럼 수조 달러 규모의 묻지마 원조를 해달라고 하자. 그럼 해결될 듯.

경제 위기 이후에 한국 정부는 영국과는 다르게 과학과 연구 개발 인프라에 대규모 투자를 감행했어. 원화 가치가 내려가면서 수출은 늘었는데 이 또한 영국과는 다른 점.

삼성이 한국 정부에 가진 영향력을 너희들이 제대로 모르는 거 같은데? 애플이나 구글, 아마존 그리고 페이스북이 다 합쳐서 미국 정부에 로비한다고 쳐도 비교 조차 안될거야.

한국은 힘들고, 북한을 따라하자.

도착 지점이 아닌 출발 지점을 기준으로 계획을 세워야지.

한국은 저임금 농업 국가에서 고임금 제조업 국가로 가는데 70년이 걸렸음.

영국이 아무리 돈을 퍼부어도 고작 몇 년 안에 고임금 서비스업 국가에서 고임금 제조업 국가로 가는 건 말도 안됨.

한국이 영국을 조금이라도 닮았다면 삼성은 오래전에 팔렸겠지.

중국 경제가 뜨니까 한국도 좀 살아난 거 아님? 누구처럼 가장 큰 시장과 관계를 단절하는 멍청한 짓은 안했지.

그냥 한국 자유 무역 협정을 베끼자. 문서에 이름만 바꾸면 되잖아.

"왜 문서가 한글로 적혀있죠?"

"닥치고 서명이나 해."

나 영국에 있는 한국 사람들하고 일 같이 한 적 있었는데, 한국으로 돌아가는 걸 죽기보다 더 싫어하더라.

한국의 상위 10 퍼센트와 하위 10 퍼센트의 평균 소득 비율은 7.8인데 반해서 영국은 13.8이네. 이것만 따라해도 나쁠 건 없을듯.

한국이라니 하하하. 거긴 진보주의자들의 지옥이야. 그 나라처럼 하면 우린 망함.

응, 경제 규모 세계 5위에서 11위로 가자. 좋은 생각이네.

비교가 안되지. 한국 사람들은 일 졸라 열심히 함. 반면 영국 사람들은 자존심만 살아서 투덜대는게 다야.

한국은 언제 유럽 연합에서 탈퇴했니?

+


칼럼 자체도 재미있지만 1,300개 넘게 달린 댓글들도 흥미로운 구석이 많다. 특히 핵심을 찌르는 몇몇 대목들을 살펴보자면, 일단 영국의 인구와 국토 면적이 한국에 크게 닮아있다는 점이다. 한국 사람들은 늘 일본을 경쟁 상대로 생각하는데, 단순한 비교 대상으로만 보자면 영국이 차라리 더 가까울 수도 있겠다. 내수 시장의 크기 및 지정학적 특성의 측면에서 비슷한 부분이 적지 않은 탓이다. 또한 많은 한국 사람들 - 특히 진보주의 진영 - 이 비판의 각을 세우는 자유 무역 협정들을 영국 사람들은 사기라고 표현할 정도로 좋은 평가를 내리는데, 이것 역시 신선한 관점이다. 적절한 시기에 무역 네트워크를 확장해서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것이 중론. 그러나 동시에 경제 동맹에 의존하지 않고 홀로서기에 성공했다는 점을 높이 사고 있다. 이는 브렉시트 이후 영국에 특히 유용한 단서를 제공한다고 주장한다. 좀 상투적이지만 한국 사람들의 근면 성실함을 인정하는 한편, 그에 대한 폐해도 정확하게 인식하고 있다. 그리고  전반적으로 제조업 중심의 산업 구조를 가진 한국을 부러워하는 것이 많이 느껴지는데, 벤틀리나 재규어, 랜드로버 또는 미니 등의 영국 자동차 회사들의 운명을 생각해보면 일종의 노스텔지어도 있는 것 같다. 물론 일반소비재가 아닌 분야들을 살펴본다면 영국의 제조업도 나쁘지 않은 편이지만, 사람들의 의식 속에서 영국을 대표할 만한 브랜드가 잘 떠오르지 않는 것은 사실이다. 소프트 파워를 언급하는 부분은 좀 당황스러운데,  그도 그럴게 문화로 영국에 필적할 만한 국가는 미국 정도 밖에 없기 때문이다. 케이팝이나 한류 드라마 등의 문화에 대해서 나쁘지 않게 보고 있다는 수준으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보수주의 정부의 장기 집권에 대해서도 언급을 하고 있는데, 영국은 여전히 마가렛 대처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말이 있듯이, 한국과 비슷한 점을 많이 찾을 수 있다. 한국의 대기업에 대한 생각도 엿볼 수 있다. 삼성이 가진 영향력을 과장한 감이 없지 않지만 과거 정부 주도의 권위주의적 경제 모델에서 많이 벗어난 지금도 재벌은 한국만의 독특한 개념. 자국 혐오는 어느 나라에도 존재한다는 사실 또한 명백해지는데, 영국이 한국을 따라하는 것은 어렵다고 단언하는 대목들이 특히 그렇다. 제국주의 단계를 밟지 않고 선진국이 된 한국의 사례는 그들이 보기에도 조금 의아한 구석이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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